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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안은 지금 눈을 감고 있었다. 자는 듯 하지만 그는 사실 한숨도 자지 못했다. 그저 눈 만 감은 채 에리셀……그녀와 함께 보냈던 나날들을 생각하며 끊임없이 슬퍼했을 뿐……. 그것은 그의 눈물로 인해 젖어버린 이불과 베개만 보아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저는 그대가 살아있기만 한다면 행복합니다 그대가 화를 내어도 그 어떤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나는 그대의 모습만 볼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지금 그대의 모습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 후로 나는 여태껏 단 하루도 그대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슬퍼했고, 지금도 또 가슴이 저려옵니다 그렇게 사랑했지만 결국 난 그대가 죽어 그 묘비에 묻힐 때까지 웃어주는 것밖에 해줄 수가 없었지요 나는 바보이니까……그렇게 그대를 떠나보낸 것이겠지요 마지막으로 그대가 남긴 유언장, 그 말은 언제까지나 명심할겁니다 그것은 곧 바로 나의 길 그리고 그대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 또한 내가 살아있는 단 하나의 이유이니까………. 그의 목소리가 멎었다. 술집 안은 쥐죽은듯이 조용했다.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예 전 같지가 않았다. 사람들 모두 그의 목소리에 가슴이 찡해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 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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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지에트닌은 가슴이 저려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시리안의 힘이 없는 목소리는 그의 괴로움을 더욱 가중(加重)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는 애써 그 슬픔을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자신이 위로하러 온 마당에 자신이 슬퍼할 수 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 지에트닌은 이렇게 말하고는 옆에 있는 책상에서 의자를 꺼냈다. 그리고 의자를 그의 침대 옆에 놓아 앉았다.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 게 분명한 그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의 뜻과는 달리 시리안은 서서히 눈을 뜨고서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지에트닌이 제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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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껏 이미지 망가뜨리면서 웃겨 주려고 했건만 친구에게 이렇게 무안을 주냐……. 이 럴 줄 알았으면 하지 말 걸 그랬어." "하핫. 미안 미안. 그래도 너의 그런 의도가 틀리지는 않았잖아. 내가 이렇게 웃고 있으니 까." 시리안의 웃음기가 가득 담긴 말에 지에트닌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시리안은 그런 그를 보면서 씁쓸함이 담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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