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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안은 그 종이를 품속에 넣고서 음식과 술값을 계산한 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뒤
를 따라 지에트닌은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바람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서로에게 다다랐다. 지에트닌의
검집이 시리안의 얼굴을 파고들었다. 시리안은 강한 기세로 자신을 파고드는 그의 검집을
가볍게 옆으로 피하고는 양손으로 그의 복부와 얼굴을 향해 몇 차례 주먹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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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에트닌이 불안정해진 자세를 원래대로 잡으려 90°로 눕혀진 허리를 힘들게 들기 시작했
을 무렵, 곧 그의 시야로 시리안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리안이 그의 눈에 들
어왔을 때에는 이미 시리안의 손날이 자신의 목을 내리치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곧 그는 팔목을 들어 눈물을 닦은 뒤 초상화를 품속에 고이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가 서랍을 닫으려고 할 때, 순간 그의 눈에 하나의 종이쪽지가 들어왔다. 그는 손을 뻗어 종
이를 집은 후 접어져있는 종이를 펼쳤다. 그 종이 안에는 이런 글이 써있었다. 그녀가 남긴
유언장이…….
리안 오빠에게.
나는 괜찮아. 리안 오빠랑 같이 있는 시간이나마 나는 행복했으니까……. 그걸로 만족
해……. 오빠가 이 유언장을 볼 때쯤이면 아마도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겠지? 후훗…….
리안 오빠 그거 알아? 나에게 있어 오빠랑 있던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오빠를 만
나기 전까지는 나는 그저 노예상에 끌려 다니는 한 명의 여자노예에 불과했었어. 그리고 사
람들 앞에서 팔리던 그 날 오빠는 나를 사고서 이렇게 말했었지. '그대에게 반했습니다. 나
의 연인이 되어주십시오.'라고……. 그 때 나 참 어리둥절했어……. 노예가 팔려가서 할 일이
라고는 몸을 주는 것과, 일을 하는 것 두 가지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생각
하며 무서워했었는데, 오빠 같은 멋진 기사가 나 같은 노예를 첫눈에 반했다고 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 그리고 오빠와 결혼해서 정말 나는 꿈만 같은 나날을 보냈어. 일개 노예 주
제에……참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냈지. 하지만 그런 나에게 언제부터인가 큰 병이 찾아왔어.
나도 언제 병이 들었는지는 솔직히 잘 몰라.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해. 나 같은 노예는 오
빠의 부인이 될 자격이 없으니까 하늘에 계시는 주신님께서 병을 준거라고……. 아니면 아
마 그 전에 노예 일을 하던 동안 몸이 쇠약해졌던 그 때 병이 들은 것인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오빠를 만나고 난 뒤로 나는 오히려 그 때 노예였던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이렇게 오빠를 만날 수가 있었으니까…….
리안 오빠……나 같은 여자 잊어. 오빠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야? 한 왕국의 제 1기사단
단장이라고……. 그런 사람이 나 같은 여자에 얽매여서야 되겠어? 오빠 정도면 나보다 얼마
든지 훌륭하고 예쁜 여자 만날 수 있어. 그러니까 나 같은 것에 얽매이지 말고 좋은 여자
만나.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야해……. 왠지……눈물이 나와 견딜 수가 없다……. 이만 쓸
게…….
725년 11월5일
오빠를 사랑하는 에리셀 츠센가르트 씀
"바보같이……."
그는 종이를 꾸기며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자신이 제일 사랑했던 여
자가 남긴 마지막 유언장. 그는 꾸겼던 종이를 다시 피고는 고이 접어서 자신의 품안에 넣
었다. 그리고서 그는 책상 반대편 구석에 위치해 있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나지막이
한 마디를 중얼거리고서…….
"리셀……걱정하지마. 나는 앞으로 나아갈 거야. 내가 성공하는 것이 네가 바라는 것이라면
나는 앞으로 나아갈 거야. 그것이 너에게 보답하는 길일 테니까……."
하이시아 대륙 725년 12월14일…… 눈이 휘몰아치는 밤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라운파이터> 1-2화. 생기 있는 웃음(1)
짹짹
지저귀는 새소리와 함께 이리아 숲의 아침이 다가왔다. 하늘은 맑았다. 연한 하늘색의 하늘
에 속속들이 보이는 여러 모양의 구름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는 밝은 햇빛이 대지를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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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아아앗!!"
기합소리와 함께 지에트닌의 검집이 쾌속한 속도로 시리안의 오른쪽 허리춤을 베어갔다.
"하아…하아…."
"허억…허억…."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들의 숨소리는 점차 거칠어져만 갔다. 그로 인해 오히려 주변의 단원
들이 숨을 죽일 정도로……. 하지만 그들은 쉬지 않고 서로에게 계속 공격을 가해갔다.
"그럼 시작해볼까?"
"좋지."
대련을 하기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미소가 가득하던 그들의 얼굴은 어느 새 진지해져
있었다. 서로 상대방의 실력이 자신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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